【 신토불이 우리문학 211 】
피 묻은 편지 몇 쪽
나도향
책소개
〈피 묻은 편지 몇 쪽〉은 1926년 4월 《신민(新民)》에 연재된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병의 차도는 아직 같아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열도가 오르내리는 것이나 피를 뱉는 것은 전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날마다 아침이나 저녁으로 산보를 하는 것이 나의 일과입니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이 없는 이곳은 나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유쾌히 하여 주는 이가 없습니다.
도리어 고적함과 답답함은 차디찬 얼음으로 나의 생명을 저려놓는 듯할 뿐입니다. ─ 〈피 묻은 편지 몇 쪽〉 본문 중에서
세월은 너무 쓸쓸하고 단조합니다. 마치 감옥에 들어앉은 것 같아 나의 생활은 단순합니다.
그러니 요사이 며칠은 기침이 심하고 객혈(喀血)이 더하여 몹시 신음하는 중입니다.
피가 가슴속 고통과 함께 떨어질 때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부인(否認)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결코 참다운 ‘생’이 아니라고.
세상을 부인하고 사랑을 부인하고 나중에는 죽음까지 부인하여 버리려 하다가도 나는 그것 하나는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 〈피 묻은 편지 몇 쪽〉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나도향(羅稻香, 1902~1926)
본명은 나경손(羅慶孫), 필명은 빈(彬)이며, 도향은 호이다.
1902년 3월 30일 서울에서 태어나,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를 거쳐, 1919년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다니다가 문학에 뜻을 두고 할아버지 몰래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곧 귀국하였다.
1921년 『배재학보』에 「출향」을 발표하고, 뒤이어 『신민공론』에 단편 「추억」을 발표하면서 문필 활동을 시작했다.
1922년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참여하여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1926년 8월 26일 폐병으로 인해 2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대표작으로는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 등이 있는데, 민중들의 슬프고 비참한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다. 작품들 중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뽕》은 영화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