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

【 신토불이 우리문학 199 】

화형

현진건

 

책소개

〈화형〉은 1939년 10월 《박문》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해님 다리를 조금 비켜놓고 모기내 천변 큰길에는 장작과 솔단이 집채같이 재이었다.
황을 덤썩 묻힌 긴 채 관솔에 불을 붙여 군데군데 꽂아 놓으매, 검은 연기가 구름장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오르자, 그 밑에서 시뻘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마침 팔월 한가위 신궁 앞 넓은 마당과 서울 거리거리에 구경거리가 덤뿍 벌어져서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갔건만 그래도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아지라고 모여든 군정들은 천변 한길이 비잡도록 개아미떼같이 덕시글덕시글하였다. ─ 〈화형〉 본문 중에서
그때였다. 쏜살같이 말을 달려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 사람은 말 위에서 그대로 껑청 몸을 날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다음 순간엔 벌써 불덩이 다 된 주만의 몸을 두리쳐 업고 선뜩 땅에 나려서는 모양이 보이었다.
땅 위에서 번개같이 주만의 옷에 붙은 불을 손으로 부벼 끄는 듯하더니 주만을 업은 채 비호같이 달려가 버렸다. ─ 〈화형〉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현진건(玄鎭健, 1900~1943)
본관은 연주 현씨(延州 玄氏), 호는 빙허(憑虛)이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朝鮮)의 작가, 소설가 겸 언론인, 독립운동가.
1920년 11월 문예지 《개벽(開闢)》에 〈희생화(犧牲花)〉를 개재하면서 처음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1921년 1월 《개벽》에 단편 〈빈처〉, 11월에 다시 《개벽》에 단편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하였다.
1923년 《개벽》에 중편 〈지새는 안개〉와 《백조》에 단편 〈할머니의 죽음〉을 발표하고, 1924년 《개벽》에 단편 〈까막잡기〉와 〈운수 좋은 날〉을 발표하였다.
1925년 《개벽》에 단편 〈불〉과 《조선문단》에 단편 〈B사감과 러브레터〉를 발표하였다.
1943년 4월 25일 경성부 제기동의 자택에서 지병이었던 폐결핵과 장결핵으로 인해 향년 44세에 숨을 거둔다.
대표작으로는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B사감과 러브레터〉 등과 장편소설 〈적도(赤道)〉 등이 있으며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장편소설을 남겼다.
그는 김동인·염상섭과 더불어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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