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82 】
지형근
나도향
책소개
〈지형근〉은 1926년 3~5월 《조선문단》에 연재된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가면 된다. 이대로 가기만 하면 내 주먹에 지전 뭉텅이를 들고 온다. 그는 열흘 갈 길을 하루에 가고 싶었다. 그때 강원도 철원군에는 팔도 사람이 다 모여들었었다.
그 모여드는 종류의 사람인즉 어떠냐 하면 대개는 시골서 소작농들을 하다가 동양척식회사에서 소작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면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허욕에 덤빈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철원에 수리조합이 생기며 그 개간공사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까닭도 있지만 금강산 전기철도가 놓이며 철원은 무서운 속력으로 발전을 하는 데 따라서 다소간의 금융이 윤택하여지며 멀리서 듣는 불쌍한 사람들의 마음들을 충동이어 ‘나도 철원, 나도 평강’ 하고 덤비게 된 것이다. ─ 〈지형근〉 본문 중에서
형근은 감사스러운 중에도 무정스러운 감정으로 공연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허둥지둥 엉덩이를 땅에 대지 아니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에 그는 움 앞에 다시 앉았었다. 이화는 다시 한 번 보지도 못하는구나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꼭 한 번 오라고 하였으니 의리상으로라도 한 번은 가보아야 할 터인데, 하다가 그대로 생각나는 것은 동향 친구 주머니 속에 있는 지전 조각이었다. ─ 〈지형근〉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나도향(羅稻香, 1902~1926)
본명은 나경손(羅慶孫), 필명은 빈(彬)이며, 도향은 호이다.
1902년 3월 30일 서울에서 태어나,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를 거쳐, 1919년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다니다가 문학에 뜻을 두고 할아버지 몰래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곧 귀국하였다.
1921년 『배재학보』에 「출향」을 발표하고, 뒤이어 『신민공론』에 단편 「추억」을 발표하면서 문필 활동을 시작했다.
1922년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참여하여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1926년 8월 26일 폐병으로 인해 2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대표작으로는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 등이 있는데, 민중들의 슬프고 비참한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다. 작품들 중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뽕》은 영화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