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07 】
주리면
이효석
책소개
〈주리면〉은 1927년 3월 《청년》에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행랑 부엌에서는 나무 패는 소리가 요란히 들리고 집집마다 저녁연기가 자옥하다.
수도 구멍에서는 아낌없이 물이 쏟아지고 장사치의 외이는 목소리가 뒷골목을 떠들어갈 듯하며 가게에서는 싸움이나 하는 듯이 반찬거리를 흥정한다.
마치 하룻날 생활의 총계산을 하려는 듯이 사람들은 마지막 악을 다 쓰는 듯하였다. ─ 〈주리면〉 본문 중에서
그는 죽으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자살의 수단을 일일이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그는 내가 죽는다고 세상이 금방 잘될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행복을 누릴 것도 아니다.
다만 나만 죽어 버릴 따름이지 하고 생각하고는 죽기를 단념하였다.
죽음보다도 지금 배가 고파 못 견딜 판이다. ─ 〈주리면〉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본관은 전주 이씨, 아호가 가산(可山)이고 필명으로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을 쓰기도 했다.
안원대군(安原大君)의 후손으로 1907년에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났다.
1920년 3월 평창공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에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30년에 같은 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효석은 경성제대 재학 중 단편 〈도시와 유령〉(1928)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33년에 그가 김기림, 이태준, 유치진, 정지용, 이무영, 조용만, 김유영, 이종명 등과 함께 순수문학의 가치 아래 구인회(九人會)를 창립하면서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에는 1930년대 조선 시골 사회를 아름답게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1942년 5월 25일 결핵수막염으로 숨을 거두었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노령근해(露領近海)〉, 〈해바라기〉, 《이효석단편집》 등이 있으며 장편은 《화분(花粉)》(1939년 작), 《벽공무한(碧空無限)》(1941년 작)이 있으며 이 중 《화분》은 1972년 하길종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110편이 넘는 수필을 발표하여 당대에는 수필가로서도 명망이 높았으며,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바 있는 〈낙엽을 태우면서〉가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