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46 】
유린
현진건
책소개
〈유린〉은 1922년 5월 《백조》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여학교 삼년급생 정숙(晶淑)은 새로 한 점이 넘어 주인집에 돌아왔건만, 여름밤이 다 밝지도 않아 잠을 깨었다.
이 짧은 동안이나마 그는 잠을 잤다느니보담 차라리 주리난장을 맞은 사람 모양으로 송장같이 뻐드러져 있었다.
뒤숭숭한 꿈자리에 가위눌리고만 있었다. 물같이 흐른 땀이 입은 옷과 이불을 흠씬 적시고 있었다. ─ 〈유린〉 본문 중에서
정숙은 몸에 불이 흐름을 느끼었다. 기계적으로 열린 목구멍으론 달큼한 물이 쏟아져 넘어갔다.
야릇하게 흥분된 애젊은 육체는 부들부들 떨었다. 심장의 미친 듯한 고동이 귀를 울리었다.
정열을 띤 네 눈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마주 보고 있었다. 정숙의 뺨은 화끈화끈 타는 듯하였다. ─ 〈유린〉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현진건(玄鎭健, 1900~1943)
본관은 연주 현씨(延州 玄氏), 호는 빙허(憑虛)이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朝鮮)의 작가, 소설가 겸 언론인, 독립운동가.
1920년 11월 문예지 《개벽(開闢)》에 〈희생화(犧牲花)〉를 개재하면서 처음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1921년 1월 《개벽》에 단편 〈빈처〉, 11월에 다시 《개벽》에 단편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하였다.
1923년 《개벽》에 중편 〈지새는 안개〉와 《백조》에 단편 〈할머니의 죽음〉을 발표하고, 1924년 《개벽》에 단편 〈까막잡기〉와 〈운수 좋은 날〉을 발표하였다.
1925년 《개벽》에 단편 〈불〉과 《조선문단》에 단편 〈B사감과 러브레터〉를 발표하였다.
1943년 4월 25일 경성부 제기동의 자택에서 지병이었던 폐결핵과 장결핵으로 인해 향년 44세에 숨을 거둔다.
대표작으로는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B사감과 러브레터〉 등과 장편소설 〈적도(赤道)〉 등이 있으며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장편소설을 남겼다.
그는 김동인·염상섭과 더불어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