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42 】
오리온과 능금
이효석
책소개
〈오리온과 능금〉은 1932년 3월 《삼천리》에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나오미가 입회한 지는 두 주일밖에 안 되었고, 따라서 그가 연구회에 출석하기는 단 두 번임에 불구하고 어느덧 그의 태도가 전연 예측치 아니하였던 방향으로 흐름을 알았을 때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감정의 움직임이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짧은 시간에 그가 나에게 대하여 그러한 정서를 품게 되었다는 것은 도무지 뜻밖의 일이었음을 나는 놀라는 한편 현혹한 느낌을 마지않았던 것이다. ─ 〈오리온과 능금〉 본문 중에서
원피스를 떨쳐입은 모던 이브는 단 한 개의 능금을 나의 앞에 내밀었다.
그의 자태와 행동에 너무도 현혹하여 묵묵히 서 있으려니 그는 어떻게 생각하였던지 한 개의 능금을 두 손 사이에 넣고 힘을 썼다.
“코카서스 지방에서는 결혼할 때에 한 개의 능금을 두 쪽을 내어서 신랑 신부가 그 자리에서 한쪽씩 먹는다지요.”
하면서 나오미는 두 쪽으로 낸 능금의 한쪽을 나의 손에 쥐어 주고 나머지 한쪽을 그의 입으로 가져갔다. ─ 〈오리온과 능금〉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본관은 전주 이씨, 아호가 가산(可山)이고 필명으로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을 쓰기도 했다.
안원대군(安原大君)의 후손으로 1907년에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났다.
1920년 3월 평창공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에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30년에 같은 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효석은 경성제대 재학 중 단편 〈도시와 유령〉(1928)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33년에 그가 김기림, 이태준, 유치진, 정지용, 이무영, 조용만, 김유영, 이종명 등과 함께 순수문학의 가치 아래 구인회(九人會)를 창립하면서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에는 1930년대 조선 시골 사회를 아름답게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1942년 5월 25일 결핵수막염으로 숨을 거두었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노령근해(露領近海)〉, 〈해바라기〉, 《이효석단편집》 등이 있으며 장편은 《화분(花粉)》(1939년 작), 《벽공무한(碧空無限)》(1941년 작)이 있으며 이 중 《화분》은 1972년 하길종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110편이 넘는 수필을 발표하여 당대에는 수필가로서도 명망이 높았으며,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바 있는 〈낙엽을 태우면서〉가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