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91 】
얼어 죽은 모나리자
채만식
책소개
〈얼어 죽은 모나리자〉는 1937년 3월~4월 〈사해공론〉에 발표된 채만식의 단편소설이다.
농투성이의 딸자식이 별수가 있나! 얼굴이 반반한 게 불행이지.
올해는 윤달이 들어 철이 이르다면서 동지가 내일 모렌데, 대설 추위를 하느라고 며칠 드윽 춥더니, 날은 도로 풀려 푸근한 게 해동하는 봄 삼월 같다.
일기가 맑지가 못하고 연일 끄무레하니 흐린 채 이따금 비를 뿌리곤 하는 것까지 봄날하듯 한다.
오늘은 해는 떴는지 말았는지 어설프게 찌푸렸던 날이 낮때가 겨운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대로 더럭 저물어버린다. ─ 〈얼어 죽은 모나리자〉 본문 중에서
겨울은 깊었고 눈도 자주 쌓였다. 오목이는 장날이면 장마다 아니 오는 금출이를 그래도 기다렸다. 금출이를 그렇게 한번 만나기 전에는 그는 기쁘게 기다렸었다.
이제 꼭 그가 찾아오리라고 든든히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는 울면서 기다린다. 금출이는 영영 오지 아니하리라고 울면서 그래도 기다린다.
그러느라니 음식도 잘 먹지 아니하고 혼자 앉았다가 생각난 듯이 한숨을 내쉬고 밤이면 잠도 잘 자지 아니하고 해서 알아보게 몸이 축졌다. ─ 〈얼어 죽은 모나리자〉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채만식(蔡萬植, 1902~1950)
본관은 평강(平康)이며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이다.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 극작가, 문학평론가, 수필가이다.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새길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1934년 발표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은 대학교까지 공부하였지만 학력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한 지식인 실직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1936년부터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직을 버리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38년 역설적인 풍자 기법이 돋보이는 〈태평천하〉와 193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통속성이 가미된 장편소설 《탁류》를 발표했다.
1939년에는 완전한 통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금의 정열》을 발표했다.
1943년에는 《어머니》를 조선총독부의 검열 때문에 《여자의 일생》으로 고쳐서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발표한 《아름다운 새벽》(1942), 《여인전기》(1945)는 일제에 부역한 친일 소설이다.
광복 후 자전적 성격의 단편 〈민족의 죄인〉(1947)을 통해 자신의 친일 행위를 고백하고 변명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의 친일 행적을 최초로 인정한 작가로 불린다.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직전 49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새길로〉, 〈사라지는 그림자〉,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痴叔)〉, 〈쑥국새〉, 〈패배자의 무덤〉, 〈맹순사〉, 〈미스터 방(方)〉, 〈처자〉 등이 있다.
중편으로는 《태평천하》, 장편은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 《탁류(濁流)》(1937), 《금(金)의 정열》(1939), 《냉동어(冷凍魚)》(1940) 등이 있으며 자신의 친일 행위를 고백한 《민족의 죄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