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215 】
선량하고 싶던 날
채만식
책소개
〈선량하고 싶던 날〉은 1946년에 발표된 채만식의 단편소설이다.
‘부디 오늘은 신경질을 부리지 말리라. 부디 표독스럽게 굴지 말리라.’
아침 일찍 종업을 하러 나오면서 이렇게 어질고 싶은 명심을 한 것도 오정이 못 되어 그만 다 허사가 되고 말았다.
아침의 러시아워가 지났는데도 손님은 너끔하지를 않고 도리어 더 붐비기에 웬일인고 했더니 오늘이 음력 사월 파일이라고.
동대문에서 나가는 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도록 심하지 않은데 들어올 때에는 광나루에서 벌써 만원이다. ─ 〈선량하고 싶던 날〉 본문 중에서
이 촌 아낙네한테뿐이 아니라 아침의 그 어질고자 하던 명심을 잘 지켜 이제까지는 어기지를 않았었다.
차가 비좁다고 광우리 장사들을 타지 못하게 하지도 않았다. 또 짐삯으로 따로 표 한 장씩을 더 찍게 하지도 않았다.
탈 수 있는껏 태워 주고 자진하여 내려는 짐삯도 그만두라고 받지 않았다. 그럴 때에들 고마워하고 다행스러하는 얼굴들이란 보기에 퍽도 유쾌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편의 선량함에 맞추어 자기네도 선량하려고는 하지를 않았다. ─ 〈선량하고 싶던 날〉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채만식(蔡萬植, 1902~1950)
본관은 평강(平康)이며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이다.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 극작가, 문학평론가, 수필가이다.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새길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1934년 발표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은 대학교까지 공부하였지만 학력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한 지식인 실직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1936년부터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직을 버리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38년 역설적인 풍자 기법이 돋보이는 〈태평천하〉와 193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통속성이 가미된 장편소설 《탁류》를 발표했다.
1939년에는 완전한 통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금의 정열》을 발표했다.
1943년에는 《어머니》를 조선총독부의 검열 때문에 《여자의 일생》으로 고쳐서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발표한 《아름다운 새벽》(1942), 《여인전기》(1945)는 일제에 부역한 친일 소설이다.
광복 후 자전적 성격의 단편 〈민족의 죄인〉(1947)을 통해 자신의 친일 행위를 고백하고 변명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의 친일 행적을 최초로 인정한 작가로 불린다.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직전 49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새길로〉, 〈사라지는 그림자〉,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痴叔)〉, 〈쑥국새〉, 〈패배자의 무덤〉, 〈맹순사〉, 〈미스터 방(方)〉, 〈처자〉 등이 있다.
중편으로는 《태평천하》, 장편은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 《탁류(濁流)》(1937), 《금(金)의 정열》(1939), 《냉동어(冷凍魚)》(1940) 등이 있으며 자신의 친일 행위를 고백한 《민족의 죄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