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183 】
노령근해
이효석
책소개
〈노령근해(蘆嶺近海)〉는 1930년 1월 《대중공론(大衆公論)》에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동해안의 마지막 항구를 떠나 북으로 북으로! 밤을 새우고 날을 지나니 바다는 더욱 푸르다.
하늘은 차고 수평선은 멀고. 뱃전을 물어뜯는 파도의 흰 이빨을 차면서 배는 비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마스트 위에 깃발이 높이 날리고 연기가 찬바람에 가리가리 찢겨 날린다.
두만강 넓은 하구를 건너 국경선을 넘어서니 노령연해의 연봉이 바라보인다. ─ 〈노령근해〉 본문 중에서
누덕 감발에 머리를 질끈 동이고 ‘돈 벌러’ 가는 사람이 있다.
돈 벌기 좋다던 ‘부령 청진 가신 낭군’이 이제 또다시 ‘돈 벌기 좋은’ 북으로 가는 것이다.
미주 동부 사람들이 금 나는 서부 캘리포니아를 꿈꾸듯이 그는 막연히 ‘금덩이 구는’ 북국을 환상하고 있다.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고 다 같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막연히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 〈노령근해〉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본관은 전주 이씨, 아호가 가산(可山)이고 필명으로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을 쓰기도 했다.
안원대군(安原大君)의 후손으로 1907년에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났다.
1920년 3월 평창공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에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1930년에 같은 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효석은 경성제대 재학 중 단편 〈도시와 유령〉(1928)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33년에 그가 김기림, 이태준, 유치진, 정지용, 이무영, 조용만, 김유영, 이종명 등과 함께 순수문학의 가치 아래 구인회(九人會)를 창립하면서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에는 1930년대 조선 시골 사회를 아름답게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1942년 5월 25일 결핵수막염으로 숨을 거두었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노령근해(露領近海)〉, 〈해바라기〉, 《이효석단편집》 등이 있으며 장편은 《화분(花粉)》(1939년 작), 《벽공무한(碧空無限)》(1941년 작)이 있으며 이 중 《화분》은 1972년 하길종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110편이 넘는 수필을 발표하여 당대에는 수필가로서도 명망이 높았으며,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바 있는 〈낙엽을 태우면서〉가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