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208 】
공포의 기록
이상
책소개
〈공포의 기록〉은 1937년 4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이상의 단편소설이다.
생활, 내가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을 갖지 못한 것을 나는 잘 안다.
단편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생활 비슷한 것’도 오직 ‘고통’이란 요괴뿐이다.
아무리 찾아도 이것을 알아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무슨 방법으로든지 생활력을 회복하려 꿈꾸는 때도 없지는 않다.
그것 때문에 나는 입때 자살을 안 하고 대기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 〈공포의 기록〉 본문 중에서
그러나 드디어 참다못하여 가을비가 소조하게 내리는 어느 날 나는 화덕을 팔아서 냄비를 사고, 냄비를 팔아서 풍로를 사고, 냉장고를 팔아서 식칼을 사고, 유리그릇을 팔아서 사기그릇을 샀다.
처음으로 먹는 따뜻한 저녁 밥상을 낯설은 네 조각의 벽이 에워쌌다.
6원…… 6원어치를 완전히 다 살기 위하여 나는 방바닥에서 섣불리 일어서거나 하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가구와 같이 주저앉았거나 서까래처럼 드러누웠거나 하였다. ─ 〈공포의 기록〉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상(李箱, 1910~1937)
본관은 강릉(江陵).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으로, 이상(李箱)은 그의 필명이다.
1910년 9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나 1913년 몰락한 양반인 백부의 집으로 입양되어 성장했다.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복무하였다.
1930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하던 잡지 《조선》에 장편소설 〈12월 12일〉을 9회에 걸쳐 연재하며 문학계에 데뷔했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그의 대표시 〈오감도(烏瞰圖)〉는 독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15회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1936년 6월 변동림과 결혼하고, 그해 6월 《중앙》에 단편소설 〈지주회시(鼅鼄會豕)〉, 9월 《조광》에 〈날개〉, 12월 《여성(女性)》에 〈봉별기(逢別記)〉 등을 발표했다.
1937년 4월 17일 새벽 4시 일본 동경제국대학 부속 병원에서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대표작으로는 시 〈오감도〉와 단편 〈날개〉, 〈지주회시〉, 〈봉별기〉, 〈종생기(終生記)〉(1937) 등이 있고, 장편으로 〈12월 12일〉이 있다. 수필로는 〈산촌여정(山村餘情)〉(1935), 〈권태(倦怠)〉(193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