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우리문학 205 】
채색교
백신애
책소개
〈채색교〉는 1934년에 발표된 백신애의 단편소설이다.
뒤뜰에서 어린 학도들이 무지개가 선 공중을 바라보며 놀고 있다. 천돌이는 무거운 짐을 문턱에 내려놓고,
“제길, 그놈의 하늘.”
하고 동편 하늘 높이 무지개가 놓인 것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혀를 찼다.
“그놈의 비가 오려거든 솰솰 와 버리든지, 오기 싫거든 그만 쨍쨍 가물어 버리든지.”
하며 부엌에서 늙은 어머니가 튀어나오며 무지개가 선 하늘을 역시 원망하는 것이었다. ─ 〈채색교〉 본문 중에서
복순이는 싹 돌아앉았다. 떨어진 것을 집어 모으는지 바느질 그릇을 앞에 놓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그 살림 속에서라도 계집애답게 비록 낡은 무명이나마 살구꽃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숱 많고 긴 머리를 되는대로 충충 땋아 늘이고 돌아앉았는 것이었다.
천돌이는 기다리고 별러 오던 이 좋은 기회 웬일인지 말문이 닫히고 평소같이 술술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공연히 가슴만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 〈채색교〉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백신애(白信愛, 1908~1939)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한민국의 여성 소설가이다.
아명은 무잠(武潛), 호적명은 백무동(白戊東)이며, 박계화(朴季華)란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1908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1924년 대구사범학교 강습과를 졸업 후 영천공립보통학교와 자인공립보통학교(玆仁公立普通學校)에 교원으로 연달아 근무하였다.
1926년 상경하여 조선여성동우회와 경성여성청년동맹 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1929년 1월 1일 박계화(朴季華)란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의 어머니〉가 당선하여 문단에 등단했다.
1932년 부모의 결혼 강요에 못 이겨 은행원 이근채(李根采)와 약혼하고, 이듬해 봄 대구공회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34년 《신여성》에 〈꺼래이〉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복선이〉, 〈정조원(貞操怨)〉, 〈채색교(彩色橋)〉, 〈적빈(赤貧)〉, 〈낙오(落伍)〉 등을 발표했다.
1935년 〈멀리 간 동무〉, 〈상금 삼원야〉, 〈의혹의 흑모〉, 〈악부자〉, 〈정현수(鄭賢洙)〉를 발표했다. 그해 12월 아버지가 일본 규슈제국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1936년 단편 〈학사〉, 〈식인(食因)〉, 〈어느 전원의 풍경〉을 발표하였는데, 〈식인〉은 나중에 〈호도(糊塗)〉로 개작했다.
1937년 꽁트 〈가지말게〉를 발표하고, 1938년 〈광인수기(狂人手記)〉, 〈소독부(小毒婦)〉, 〈일여인〉을 발표했다.
1939년 단편 〈혼명(昏冥)에서〉를 발표하고, 5월 말경 위장병으로 경성제국대학병원에 입원하여 6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해 11월 유작인 중편 〈아름다운 노을〉이 《여성지》에 3회 분재(分載)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전기 외에 〈낙오〉, 〈정현수〉, 〈정조원〉, 〈호도〉, 〈광인수기〉, 〈소독부〉, 〈채색교〉, 〈혼명에서〉 등이 있다.